지난했던 임인년(壬寅年)이 지나고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을 맞았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 2022년 국내 증시는 더없이 가혹하기만 했다. 2021년 12월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2000대 초반으로 주저앉았고,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투자 자금은 꽁꽁 묶였다.
새해에도 우리 증시를 뒤덮은 먹구름은 쉽사리 흩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의 최종 금리 수준을 아직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일 년 내내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 우려는 사실상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투자 부진·대외여건 악화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불안한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1. 증권가 “상반기 코스피 2135~2550 전망”
◇ 상반기 코스피 지수 평균 전망치 2135~2550
17개 증권사 중 16개사(미래에셋증권(6,080원 ▼ 280 -4.4%) 제외)가 제시한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의 예상 범위(밴드)는 하단 평균이 2135.33, 상단 평균이 2550.66이었다. 2022년 4분기 코스피 지수(2155.49~2483.16)와 비교하면 하단은 소폭 낮아졌고, 상한은 다소 높게 예측됐다.
설문에 응답한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그럼에도 지난해와 같은 증시 폭락장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22년 한 해 동안 주가 조정과 금리 인상의 강도가 역사적인 수준으로 강력했던 만큼 올해 강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 하락분이 이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를 대부분 반영했기 때문에 향후 추가 하방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 상반기 약세 흐름 지속… 추가 하락 가능성은?
설문에 참여한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증시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나뉘었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본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가 이미 악재를 선반영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관건은 최종 금리 수준… 점진적 회복 예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2023년 정책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예상대로 상반기에 이뤄지고, 최종금리 수준(5.0~5.25%)도 예상치에 부합한다면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2. 올해 코스피,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맑음’
올해도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 여파에 따라 주식시장이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을 유가증권시장 내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반도체 업종은 2023년 중 하강기(다운 사이클)가 끝나고 산업 사이클이 반등하는 한편, 이차전지 관련 업종도 전기차 시장 성장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올해 중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도 마무리되면서 대표 성장주인 바이오 기업들도 저점을 지나 주가가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3. 주식으로 5% 수익 내기 어려워… “채권 투자해라”
세계 경기 둔화와 지속되는 통화 긴축으로 올해도 주식 시장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문가들이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2022년 채권 시장은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상당한 약세를 보였지만,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서 채권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에 투자하는 대신 채권에 투자해 5% 안팎 수준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 전략이라는 조언이다.
지난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한 강도 높은 긴축이 추진된 결과, 채권 가격은 큰 폭 하락했다. 지난해 연초 연 1.0%였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월 연 1.25%로 한 차례 인상됐다. 그리고 미국 통화 당국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자 4~5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인상됐는데 7월에는 금리 인상 폭이 0.5%0.5% 포인트로 더 높아졌다. 한은은 지난해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3.25%까지 끌어올렸다.
시중 금리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연초 연 1.3%였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는 연말 연 4.0%를 넘었고,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연 2.4%에서 연 5.2%로 뛰었다. 보통 주식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지난해는 예상보다 강한 통화 긴축이 이어지면서 주식과 채권 가격이 모두 떨어졌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레고랜드 사태와 한국전력 채권 공급 부담 등으로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졌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반기 채권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올해는 채권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통화 긴축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점이 시중 금리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미국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고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계속된 통화 긴축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올해 상반기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통화 긴축이 마무리 단계에서 시중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G20 국가 대표들이 통화 긴축의 속도 조절을 명시하면서 각국의 긴축 사이클이 사실상 종반부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적극적인 조기 금리 인하(피벗)까지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시장 금리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기 침체로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이자 비용 등으로 부채 수준이 높아져 있어 기초 체력 우려가 낮은 우량 채권의 투자 선호가 크다는 것이다.
1년 이상 장기로 돈을 묻어둘 투자처를 찾고 있다면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 국고채를 추천한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초 연 2.3%에서 최근 연 3.6%까지 상승해 이자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연 2.3%에서 4.4%로 더 올랐다. 특히 지난해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가격이 큰 폭 떨어졌기 때문에 이 구간에서 저가 매수도 가능하다.
4. “코스닥 600까지 하락할 수도… 이차전지·엔터 유망”
2023년 코스닥지수가 600포인트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1000선에서 출발해 연말 680 부근에서 마감한 코스닥지수가 새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또 한 해 동안 코스닥지수가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지난해 고점인 1000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도 예상됐다. 증권사들은 코스닥지수가 오르더라도 최고 90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지수, 최고 900포인트 전망...”금리인상 꺾여야 시장 반등”
밴드 상단 기준으로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증권사는 IBK투자증권, 삼성증권이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코스닥지수 예상 밴드로 600~900포인트를 제시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지수 상단을 900선까지 열어뒀다. 코스닥시장이 반등하려면 결국 기준금리가 꺾여야 한다고 내다봤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기준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코스닥시장이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과 비교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온다면, 기업가치가 탄탄한 기업 중심으로 강하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꾸로 말하면 시장 하락기에는 유가증권시장 대비 낙폭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 “이차전지·배터리 유망, IT 불확실성 해소”
올해 코스닥시장 내 유망 업종으로는 이차전지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신재생에너지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IT업종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유승장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경기 둔화에 따라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지만 시기를 전체로 넓히면 오히려 수혜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경기 둔화 이후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한다면, 다시 IT기기 수요가 늘어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방어주 성격을 지닌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코스닥기업들의 크레디트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어 이익 증가율이 높은 기업 위주로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강재현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이런 근거에 따라 필수소비재 업종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이밖에 헬스케어, 제약·바이오, 게임, 엔터 등도 2023년 코스닥 유망 업종으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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