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최초의 달 탐사선(궤도선) 다누리가 달을 향한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습니다.”
다누리가 KOREA 우주탐사 원년을 열기 위한 열쇠를 성공적으로 넘겨받았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이어 다누리 운용도 순조롭게 출발, KOREA는 명실공 세계 7번째 우주 강국 도약의 신호탄을 쐈다. 과학계에선 누리호 발사에 이어 다누리까지 성공한다면 올해를 우주탐사의 원년으로 삼을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누리 발사가 문제없이 끝났지만 프로젝트가 성공으로 기록되기 위해선 남은 산이 적지 않다.
KOREA는 5일 다누리 발사 약 5시간 만인 14시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확인된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다누리는 발사 60여분이 지난 오전 8시 48분께 발사체와 정상적으로 분리, 달을 향한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발사 92분 후인 오전 9시 40분께 첫 교신에 성공, 다누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다누리는 이날 오전 8시8분48초(현지시간 4일 19시 8분 48초)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 배럴 우주 군기지에서 스페이스 X의 로켓 ‘팰컨 9-5500’에 실려 발사됐다. 다누리는 당초 계획보다 이틀이 연기된 이날 우주로 향하게 됐으나, 발사 절차는 예정대로 문제없이 진행됐다.
다누리가 탑재된 팰컨9은 발사 2분 30초 후 1단을 분리했다. 2단 엔진은 발사 2분 42초가 지난 시점에 점화됐다. 3분 8초 후엔 페어링(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열·충격 등으로부터 탑재체를 보호하는 구조물) 분리에도 성공했다.
다누리와 팰컨9이 분리된 시점은 발사 40분 15초 후다. 다누리는 약 703km 고도에서 초속 10.15km로 발사체와 분리된 뒤 달 전이 궤적에 진입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이 과정 중 탑재된 컴퓨터의 자동프로그램 작동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태양전지판을 펼친 후 자세를 태양 방향으로 변경하는 과정도 문제없이 수행됐다.
KOREA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발사 40분 43초 후 팰컨 9와 분리된 모습.(사진=스페이스 X 유튜브 갈무리)
다누리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아직 성공으로 기록하기엔 이르다. 탄도형 전이 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BLT)에 따라 달에 도착하기까지 4.5개월의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달 궤도 진입과 탑재체의 정상 작동이란 산도 넘어야 한다.
다누리는 특히 BLT 전이에 맞춰 달에 도착하기까지 최대 9회의 방향 조정을 거친다. 당장 첫 기동이 오는 7일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다. BLT 궤적에 따라 다누리는 지구와 태양 간의 라그랑주 점(두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 중 하나인 L1 포인트(지구로부터 약 156만 km)를 거쳐 달로 향하게 된다. 150만 km가 넘는 거리인 심우주(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와 같거나 그것보다 먼 거리에 있는 우주 공간) 항해를 마쳐야 비로소 탈 탐사 임무가 수행될 수 있는 구조다.
BLT 전이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최악은 방향을 변경하는 기동 중 다누리가 우주 미아가 되는 것이지만,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누리에 달까지 가는 기본 궤도 정보를 탑재했다”며 “항우연 연구진도 24시간 세계 곳곳의 심우주 지상국 안테나를 이용해 궤적을 살피고, 이를 벗어나면 조정을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다누리를 운용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에 자체적인 ‘심우주지상시스템(KDGS)’을 구축하기도 했다. 직경 35m 수준의 심우주 안테나 등의 장비를 통해 연구진은 달 궤도선과의 통신·상태 확인·동작 제어·데이터 수신 등 임무를 수행한다. 이 시설은 국내 첫 심우주 통신용 지상 시스템으로, 다누리 운용 종료 후 다른 탐사에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같이 기술적 난도가 높은 BLT 궤적을 다누리가 따라가게 된 이유는 ‘무게’에 있다. 연구진은 지난 2019년 예비설계 후 시험모델 개발과정에서 경량화에 대한 어려움을 마주했다. 목표 중량이 550kg에서 678kg으로 128kg 증가했고, 이에 따라 연료 부족 및 임무기간 단축 가능성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BLT 방식은 무게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항우연 연구진이 NASA의 조언을 받아 찾은 ‘기술적 해법’이다. 연구진은 당초 지구 주위를 3.5바퀴 돌며 점차 거리를 늘려나가 달에 접근하는 ‘위상 궤도 전이 방식(Phasing Loop Transfer·PLT)’으로 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보단 지구·태양·달 등의 중력 특성을 이용하는 BLT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 최종적으로 항해 일정을 확정했다. BLT 방식은 비행시간이 길지만 다른 방식과 비교해 연료 소모량이 약 25%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6종의 탑재체와 1년이란 임무수행 기간을 달성하기 위해 연료를 최대한 아끼기는 방안으로 BLT를 찾은 셈이다.
BLT의 핵심은 달 궤도 진입 때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달 도달 직전 속도가 빠르다면 중력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간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연료가 소모되는데, BLT 방식은 이때 드는 연료가 극히 적다. 실제로 다누리는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향해 이동하다가, 9월 2일께 우주탐사체 속도론 비교적 느린 초속 0.17km에서 추력 기를 작동해 지구 방면으로 방향 전환한다.
다누리가 약 4.5개월에 걸쳐 달에 접근하는 BLT 예상 궤적.(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가 달에 도착하는 시점은 올해 12월 중순으로, 달 극지방을 지나는 고도 100km의 원 궤도를 그리는 때는 12월 말로 예정돼 있다. 임무는 2023년 1월부터 시작된다. 임무는 다누리에 실린 6종 탑재체를 통해 이뤄진다. △고해상도카메라(항우연) △광시야 편광 카메라(한국 천문연구원) △자기장 측정기(경희대) △감마선 분광기(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 인터넷(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섀도 캠(ShadowCam·NASA) 등이 실렸다.
다누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달 표면 전체 편광 지도 제작 △달-지구 간 우주인터넷 통신 시험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와 함께 △향후 대한민국 달 착륙 후보지 탐색 △자기장측정 △달 자원 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누리의 수명은 1년이다. 임무 종료 방법으론 현재 △다누리를 달 표면에 충돌시켜 영상 확보 △달 동결 궤도(주기적인 궤도 유지 기동 없이 고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궤도)로 전환 등이 고려되고 있다. 1년간 임무 수행 후에도 연료에 여유가 있다면 운용 기간을 연장해 새로운 탐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 같은 판단은 2023년 7월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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